1. 욥이 이야기하다
욥이 자기 말을 이어 이렇게 말했다.
"아, 지나간 날들이여, 하나님께서 나를 지켜 주시던 그 옛날이 그립구나. 그 때에 그분의 등불이 내 머리를 비추어서, 그분의 빛으로 어둠 속에서 안전하게 걸었는데. 내가 한창 힘이 넘칠 때, 하나님과 집에서 달콤한 교제를 나누던 날들, 전능자께서 나와 함께하시던 날들, 내 자녀들이 나와 함께 있던 그 날들. 우유로 발을 씻으며, 반석에서 기름이 시내처럼 흘러내렸던 그 시절, 성문에 나가서 성문 앞 광장의 높은 자리에 앉았던 그 시절, 젊은이들은 나를 보고 길 옆으로 비켜 서고, 노인들은 일어나서 경의를 표하며, 백성의 지도자들도 하던 말을 멈추고 손으로 입을 가렸지. 귀족들도 소리를 낮추고, 혀가 입천장에 바짝 붙은 것처럼 말소리를 줄였지."
"내 말을 들은 자는 나를 복되다 했고 나를 본 자는 모두 나를 칭찬했지. 도움을 바라는 가난한 자들을 돌보고, 도울 자 없던 고아들을 살폈기 때문이지. 희망을 거의 잃은 자들도 나를 축복해 주었고, 과부들도 기뻐서 나에 대해 노래했지."
"그 때, 나는 의로움의 옷을 입고, 정직함을 관처럼 머리에 썼지. 나는 보지 못하는 사람의 두 눈이 되었고, 다리를 저는 사람들에게는 두 발이 되어 주었어. 가난한 사람에게는 아버지가 되어 주고, 낯선 사람도 돌보아 주었지."
"악인의 턱을 부수고 그 이 사이에 물린 희생자들을 건져주었지. 그러면서 '난 오래 살다가 내 보금자리에서 죽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내 뿌리는 물가로 뻗어 나가고, 가지는 밤새 내린 이슬에 젖었지."
"나는 언제나 영광스러운 존재였고, 내 힘은 늘 커져 갔지. 사람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여 내가 말할 때면 조용히 기다렸고, 내 말이 끝나도 말을 삼가니, 오직 내 말만이 저들의 귀에 잔잔히 내렸지. 저들은 비 기다리듯 나를 기다리고, 봄비 기다리듯 내 입술을 주목했지."
"저들이 용기를 잃었을 때, 내가 그들을 향해 웃어 주면, 저들은 내 얼굴의 광채를 귀하게 여겼지. 나는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지도하며 군대를 거느린 왕과 같이 그들을 대했고, 애통해 하는 자들을 위로하여 주곤 했는데."
(욥 29:1-25)
"이제는 나보다 어린 사람이 나를 조롱하는구나. 나는 그 아버지를 내 양 떼를 지키는 개보다 못한 자로 여겼는데. 그 나이 든 자들이 무슨 힘으로 내게 도움을 줄 수 있었겠나? 그들은 배고픔과 가난에 수척해져 밤중에 먹을거리를 찾아 광야를 배회하지 않았던가? 덤불 속에서 나물을 캐 먹고, 싸리나무 뿌리로 배를 치우던 저들이 아니었나? 도둑 취급을 받고 마을에서 쫓겨나, 음침한 산골짜기와 동굴과 바위 틈에서 살았지. 가시덤불 속에서 짐승처럼 부르짖고, 가시나무에 모였지. 그들은 이름도 없는 미련한 자들로, 고향에서도 쫓겨났지. 그런데 저들이 나를 조롱하고 있다니. 내가 저들의 말거리가 되다니. 저들은 나를 싫어하여 멀리하고, 내 얼굴에 마구 침을 뱉고 있구나."
"하나님께서 내 활시위를 풀고 나를 괴롭게 하시니, 저들이 나를 향해 덤비고 있구나. 오른편에서 그 천한 자들이 일어나 내 두 발을 걷어차고, 나를 둘러싸며 죽이려 하는구나. 저들이 내 길을 허물고 나를 죽이려 해도, 나를 도울 사람이 없구나. 저들이 무너진 성벽을 통해 공격하듯 밀고 들어와 나를 치니, 나는 공포에 질리고 내 체면은 바람 앞에 날리듯 없어졌으며, 내 생명은 구름이 사라지듯 위태롭네."
"이제 내 영혼이 허물어지고 고난의 날들만이 나를 기다리는구나. 밤마다 내 뼈가 쑤시고, 그 고통 때문에 쉴 틈이 없구나. 하나님의 강한 손이 내 옷을 움켜 잡으시고 옷깃을 조이시는구나. 그분이 나를 진흙탕에 던지시니 먼지와 재처럼 되었구나."
"주님! 내가 주님께 주르짖으나 응답하지 않으시고, 주 앞에 섰으나 주께선 바라보기만 하십니다. 주께서 나를 잔인하게 다루시고, 그 강하신 손으로 나를 치십니다. 주님이 나를 들어 바람 위에 두시고 태풍 가운데서 빙빙 돌리시니, 주님께서는 나를 죽이려 하십니까? 나를 저 무덤으로 보내려 하십니까?"
"절망 중에 도와 달라고 부르짖으나 나를 도울 자가 아무도 없구나. 내가 고생하는 사람을 보며 울지 않았던가? 가난한 자를 보고 불쌍히 여기지 않았던가? 행복을 기대했는데 재앙이 닥쳤고, 빛을 바랐는데 흑암이 덮치는구나."
"마음이 뒤틀리니 쉴 수가 없고 고난의 날들만이 나를 반기는구나. 태양도 외면하는데 검은 상복을 입고 배회하며, 회중 가운데 서서 도와 달라고 외치네."
"난 이리 떼의 친구, 타조의 벗이로구나. 내 가죽이 검게 변하여 벗겨지고, 내 뼈는 열기로 펄펄 끓어오르는구나. 내 수금은 장례식 노래를 연주하고 내 피리는 슬픈 노래를 부르는구나."
(욥 30:1-31)
"내가 내 눈과 약속했는데 어찌 처녀를 주목하겠나? 그렇게 한다면 하늘의 하나님께서 내게 무엇을 주시며, 위에 계신 전능자께서 내게 어떤 유산을 주시겠나? 사악한 자에게 재앙이 떨어지고 악을 행하는 자에게 불행이 닥치지 않는가? 그분이 내 길을 살피시고 내 걸음을 헤아리시지 않는가?"
"내가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였던 적이 있던가? 나를 정확한 저울에 달아 보면 하나님께서는 내가 정직한 사람임을 아실 것이네. 언제 내가 바른 길에서 떠났던가? 내 마음이 언제 눈의 유혹에 넘어갔던가? 내 손에 죄를 지은 흔적이 남아 있던가?"
"만약 내가 나쁜 사람이라면, 내가 뿌린 씨를 남이 추수해 가고 내 농작물이 다 쓸모없게 되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네. 내가 언제 예쁜 여인에게 유혹되어 이웃집 문 밖에서 기웃거렸던가? 그랬다면 내 아내가 남의 집 하녀가 되고,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끌어안아도 할 말이 없다네. 그런 짓은 부끄러운 범죄 행위니 어찌 심판을 피하겠는가? 그것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불과도 같이, 내 농작물을 몽땅 태워 버릴 것이네." "내 집 안에 있는 종들이 내게 불만을 터뜨린다고 저들을 괴롭힌 적이 있던가? 그랬다면 하나님께서 심판하시고 내게 따지실 텐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나를 어머니 태에서 만드신 그분께서 그 종들도 만드시지 않았나?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를 만드시지 않았나?"
"내가 언제 가난한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고 과부의 소망을 무시했던가? 나 혼자 맛있게 먹으면서 고아들을 못 본 체했던가? 그렇지 않네. 사실은 내가 젊었을 때부터 저들을 돌보았고, 과부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네."
"내가 입을 옷이 없는 사람을 못 본 체하고 덮을 이불이 없는 가난한 사람을 무시했던가? 그들에게 양털 옷을 입혀 따뜻하게 해 주었더니 그들이 나를 축복하였다네."
"내가 언제 지위를 이용하여 고아들을 무시하는 짓을 했던가? 만약 그랬다면 내 어깨가 떨어져 나가고 내 팔이 부러져도 좋네."
"나는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재앙을 두려워하네. 그 위엄 앞에 내가 어떻게 서겠는가?"
"내가 언제 금에 소망을 두고 정금을 우상처럼 소중히 여겼던가? 내가 언제 재산이 많다고 자랑하며, 내 손에 돈이 굴러 들어온다고 우쭐대던가?"
"태양이 빛을 발하는 것을 보고 청명한 달을 보며, 내 마음이 유혹을 받아 손을 모아 경배하던가? 이것 역시 심판 받아 마땅한 죄악이네. 그랬더라면 위에 계신 하나님을 배반한 것이지."
"내가 언제, 원수가 망했다고 즐거워하고 재앙을 당했다고 기뻐했던가? 절대 그렇지 않다네. 나는 내 입술을 함부로 움직여 원수를 저주한 적이 없네."
"내 집에서 일했던 사람이 '그분의 고기로 배불리 먹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나그네를 거리에서 자도록 내버려 둔 적이 없고, 지나는 여행자에게도 문을 열어 대접했다네."
"내가 아담처럼 내 범죄 행위를 숨기고, 가슴에 묻어 둔 적이 있던가? 사람들이 모욕하는 것이 두려워서, 내 죄를 고백하지 않거나 밖으로 나가지 못한 적이 없네."
"아, 누군가 내 말을 들을 사람이 있다면! 전능자께서 내 말을 판단해 주신다면. 아, 내 원수가 나를 기소한 기소장이 있어, 그분이 판단하실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내가 그것을 내 어깨에 메고, 머리에 면류관처럼 쓰고 보일 텐데. 내가 행한 일들을 그분께 고하고, 왕자처럼 당당히 그분 앞에 나갈 수 있을 텐데."
"내 토지가 학대를 당했다고 나를 고소했던가? 밭이랑들이 울부짖은 적이 있던가? 값도 지불하지 않고 남의 농작물을 먹었던가? 그 농사지은 자들의 기운을 꺾어 놓은 적이 있던가? 그랬더라면 밀 대신 가시덤불이 자라고, 보리 대신에 엉겅퀴가 자라게 될 것이네."
이렇게 해서 욥의 말이 끝났다.
(욥 31:1-40)
👩🦰 인용한 성경 말씀의 출처는 개역 개정 성경, 쉬운 성경입니다.
'성경속으로 > 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욥기 36장 37장 - 엘리후가 계속 이야기하다 (1) | 2023.06.16 |
---|---|
욥기 32장 33장 34장 35장 - 엘리후가 이야기하다 (1) | 2023.06.16 |
욥기 27장 28장 - 욥이 계속 이야기하다 (1) | 2023.06.15 |
욥기 26장 - 욥이 빌닷에게 대답하다 (1) | 2023.06.14 |
욥기 25장 - 빌닷의 세 번째 말 (1) | 2023.06.14 |
댓글